[굿모닝경제] 기술 동맹인가, 기술 흡수인가···美 공급망 재편 속 시험대 오른 K-조선
- 작성일2025.07.02
- 수정일2025.07.02
- 작성자 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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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양산업의 탈중국·자립화를 골자로 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발맞춰 HD현대와 한화그룹이 북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각각 미국 조선사와의 공동 건조, 미국 조선소 직접 인수 및 해운·방산 연계 투자를 통해 단순 수출 중심의 모델을 넘어서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한국 조선 기술력의 확산이자 미국의 역내 생산 및 기술 주권 강화 기조와 맞물린 협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한국의 독자 기술 경쟁력이 미국 현지화 전략에 흡수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조선사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형 컨테이너선 공동 건조를 시작으로 다양한 선종과 항만 크레인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HD현대는 선박 설계, 기자재 구매, 기술 지원 및 일부 블록 제작을 담당하며, 한국의 조선 기술을 미국 현지로 이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한 부품 수출을 넘어 기술 자산에 대한 투자까지 병행한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해양 공급망과 상선 건조 역량을 키우려는 정책 방향과 맞물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는 현지 생산 기지를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조선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 잡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조선소 직접 인수와 해운사 설립, 방산 기업 협력 등으로 더 광범위한 현지 생태계 진입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작년 12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하며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품에 안았다. 단순 협력을 넘어 고부가가치 군수 선박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현지 생산 기지를 확보한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한화시스템은 지난 25일 미국 자회사에 846억원을 출자해 한화해운 지분을 추가 확보했다. 한화해운은 친환경·디지털 선박 검증을 위한 실증 운항과 기술 확산을 담당하는 역할로 설계됐다. 해운-조선 간 연계가 강화된 구조다.
더불어 한화는 호주의 조선 방산기업 오스탈의 지분 인수도 추진 중이다. 오스탈은 미 해군 및 해안경비대 함정 건조 경험을 보유한 기업으로, 한화가 필리조선소·해운사·방산기술을 연계할 경우 북미 해군 수주 시장에서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기술 동맹인가, 기술 흡수인가···위험 요소도 공존
두 회사의 행보는 현지 기술 자립을 요구하는 미국의 산업 전략과 기술 리더십 확보를 원하는 한국 조선업계의 이해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미국은 해양·방산·인프라 전반에서 자국 내 생산과 기술 주권 회복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외국 기업의 투자조차 'Made in USA'의 틀 안에서 이뤄지길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HD현대는 기술 파트너로서, 한화는 현지 생산기지 확보 기업으로서 각각 이 기조에 부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이 자칫 기술 수출이 아닌 기술 이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이 역내 생산과 기술 자립을 이유로 외국의 핵심 기술을 흡수하고, 자국 산업에 내재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해운·방산은 자국 산업 보호 성향이 강한 분야다. 미국은 자국 건조 의무를 규정한 존스법(Jones Act)을 통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면서도 기술 파트너십 명목으로 외국 기술의 흡수를 시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HD현대가 체결한 기술 협력 모델의 경우, 설계·기자재 구매·건조 기술 지원 등 고급 역량을 한국이 제공하지만 결과물은 미국 조선소에서 생산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자립도 상승과 반대로 한국 조선업의 독점적 기술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 역시 조선소 인수와 해운사 설립, 방산 연계 등으로 미국 현지 생태계에 깊숙이 들어가고 있으나 향후 기술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지분구조, 지식재산권(IP) 관리, 공급망 통제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기술 파트너로 보이지만 향후 미국이 한국을 공급자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기술주권을 잃는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회사의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대응하는 모범 사례지만 기술주권과 통제력 유지를 위한 정교한 수출 관리와 협약 설계가 병행되지 않으면 장기적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김소라 기자
출처 : 굿모닝경제(https://www.good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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