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中 '넥스페리아 칩' 수출 통제… 유럽車 생산라인 중단 위기
- 작성일2025.10.23
- 수정일2025.10.23
- 작성자 관*자
- 조회수146
'넥스페리아(Nexperia)발 반도체 수급난'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가 중국에서 생산한 반도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며칠 내로 발생할 생산 차질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어 일본 업체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서는 넥스페리아의 반도체 부족 상황이 며칠 내 유럽의 핵심 부품공급업체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그 영향이 10∼20일 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비에 들어갔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은 22일(현지시간) "상당한 생산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 생산 중단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넥스페리아 반도체 재고는 수주일 분 밖에 남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은 직원 수만 명의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노동청과 논의 중이다. 일간 빌트는 오는 29일부터 폴크스바겐이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 모델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사는 내부망에 "단기적으로 생산에 미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을 차단했다. 중국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윙테크가 2019년 인수한 넥스페리아는 폴크스바겐, 도요타, 현대차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범용 반도체 분야 1위 기업이다. 넥스페리아의 반도체는 자동차의 ECU(전자제어장치) 신호 처리부터 창문 개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완성차 업체들은 넥스페리아 칩이 포함된 부품을 공급받아 조립한다. 완성차 한 대에 넥스페리아 칩 약 500개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넥스페리아는 상하이·베이징·선전·둥관·우시 등 중국에 생산·포장 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 측의 수출 제한 조치는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 유출을 이유로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발동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복수의 상사가 반도체 출하 정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차 생산 중단을 피하기 위해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실태 조사에 나섰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자동차공업회(JAMA)의 가타야마 마사노리 회장(이스즈자동차 회장)은 이날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납품을 보장할 수 없을 가능성에 대해 통보 받았다"며 "(자동차의) 글로벌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부품 제조업체가 일본 기업인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가타야마 회장은 "부품 제조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대중 반도체 통제 차원에서 지난해 말 윙테크에 이어 지난달 넥스페리아를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30일 '상품 가용성법(Goods Availability Act)을 발동해 넥스페리아 경영에 직접 개입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 기업의 이사회 결정을 정부가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한 초강력 통제 수단이다. 미국이 수출 규제 해제 조건으로 요구한 장쉐정 최고경영자(CEO) 해임도 단행했다.
그러자 중국 상무부는 보복 차원에서 지난 4일 중국 내 넥스페리아 핵심 공장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넥스페리아 유럽 공장에서 개발과 웨이퍼 생산을 담당하고 중국 공장에서 최종 제품의 약 80%를 생산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 9일부로 일본의 대리점과 주요 고객사에 일부 제품의 출하를 제한 또는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한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간부는 "이달 초 도요타자동차와 덴소로부터 대체품 공급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혼다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일부 부품에 넥스페리아 제품이 포함되어 있어 "영향 여부를 포함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해당 제품 부족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외국계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 (반도체) 공급이 우선될 것"이라는 추측도 퍼지고 있다. 넥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윙테크의 간부는 지난 12일 투자자 설명회에서 "중국 내 사업의 안정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