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데이터 참조만해도 기술유출”… 대법, 산업기술보호 기준 넓혔다
- 작성일2025.10.23
- 수정일2025.10.23
- 작성자 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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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직원, 실험자료 유출혐의 기소
원심 “제품제조와 직접 관련 없어”
대법 “실험데이터도 산업기술”
기술 ‘사용’ 판단기준 명확해져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산업기술’을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기술의 ‘사용’에 대한 의미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산업기술 해외 유출이 국가적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기술유출 범죄의 수사와 재판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인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선고된 유죄 부분과 무죄 부분 중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06년 3월 B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태양전지용 글라스 프릿(유리 분말) 개발 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2018년 1월 퇴직했다. 그는 재직 중이던 2014년 12월 실험데이터와 조성표, 배치표 등을 USB에 저장하거나 출력하는 방식으로 반출해 산업기술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가 반출한 자료가 산업기술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그 정보만 있다면 바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제품 제조에 필요한 정보를 논리적으로 손쉽게 도출해 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반출한 실험데이터와 조성 비율, 원료 구입처 등은 직접적인 기술 구현과 관련성이 부족해 산업기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산업기술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산업발전법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에 관한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 생산, 보급 또는 사용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상의 정보인지’, ‘고시된 첨단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그 정보를 통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가지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 사건 자료는 B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 획득한 것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고 B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입수할 수 없다”며 “B사는 이 정보를 통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가지는 등으로 산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A씨가 반출한 정보를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단정한 원심 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산업기술 침해 행위 중 하나인 ‘사용’의 의미도 구체화했다. 대법원은 “산업기술을 단순 모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뿐 아니라, 이를 참조해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필요한 실험을 생략하는 경우 등과 같이 제품 개발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경우 또한 산업기술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의미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기술유출 사건에서 해당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의 보호 대상인지, ‘영업비밀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 대상인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업기술을 유출한 경우 형량이 훨씬 무거워진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산업기술의 정의가 포괄적이다 보니 사건별로 법원 판단이 제각각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로 산업기술의 범위가 보다 명확해져 효율적인 재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https://www.mk.co.kr/news/society/1144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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